
어릴 때 가난했던 기억이 유난히 또렷하게 남아 있는 분들 계시죠
집에 있던 공기 냄새 옷장 열었을 때의
기분 친구들 앞에서 괜히 작아지던 순간들
시간이 지나도 이상하게 그 감정만은 잘 안 사라지더라고요
그래서 어른이 되면 달라질 줄 알았어요
돈 벌면 괜찮아질 줄 알았고 마음도 같이 단단해질 줄 알았거든요
그런데 막상 어른이 되고 나서 가장 먼저 손이 간 건 안정도 여유도 아니었어요
바로 명품이었어요
지금 생각해보면 허세라기보다는 너무 솔직한 반응이었어요
가난이 싫어서 벗어나고 싶어서 가장 눈에 보이는 것부터 붙잡았던 거죠
가난을 들키지 않기 위해 먼저 선택했던 것

어릴 때 형편이 어려우면 이상하게 시선에 예민해져요
누가 직접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그 분위기
옷 신발 가방 하나로 평가받는 느낌
그게 마음에 오래 남아요
그래서 자연스럽게 다짐하게 돼요
다시는 이런 취급 받지 않겠다고
어른이 되고 돈을 벌기 시작하면 그 다짐이 소비로 바로 이어져요
명품은 단순히 비싼 물건이 아니라 보호막처럼 느껴졌어요
이걸 들고 있으면 적어도 무시당하지는 않겠지
그 생각 하나로 처음 명품을 샀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해요
필요해서가 아니라 나를 숨기기 위해서였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됐어요
성공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던 조급한 마음

가난을 벗어났다는 사실은 스스로에게도 쉽게 실감 나지 않아요
통장 숫자가 늘어나도 마음은 그대로인 경우가 많거든요
그래서 사람은 증거를 찾게 돼요
누가 봐도 알아보는 것
말하지 않아도 보여주는 것
명품 로고만큼 빠른 증명은 없어요
이 정도는 살 수 있는 사람이라는 선언
그게 꼭 남들에게만 하는 말은 아니었어요
사실은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죠
그래서 더 집착하게 되고 더 비교하게 돼요
겉이 먼저 커지고 속은 천천히 따라오는 구조
이 과정이 반복되면 소비는 점점 공격적으로 변해요
참아온 시간만큼 터져버린 보상 심리

어릴 때부터 원하는 걸 쉽게 가질 수 없었던 사람일수록
보상의 순간에 약해져요
그동안 고생했잖아
이 정도는 괜찮잖아
이 말이 너무 익숙해지면 소비는 위로가 돼요
명품을 사는 순간 느껴지는 짜릿함
잠깐이지만 분명히 기분은 좋아져요
문제는 그 감정이 오래 가지 않는다는 거예요
기쁨이 빠르게 사라질수록 더 자극적인 걸 찾게 돼요
그래서 기분이 가라앉을 때마다 쇼핑몰을 열게 되고
카드 결제 화면이 이상하게 위로처럼 느껴져요
이쯤 되면 취향이 아니라 습관이에요
어딘가에 속하고 싶었던 마음의 방향

가난은 물질보다 관계에서 더 큰 상처를 남기기도 해요
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느낌
그 감정은 생각보다 오래 가요
그래서 특정 계층의 상징을 손에 넣으면
나도 그 안에 들어간 것 같은 착각이 들어요
이제 나도 이쪽 사람이야
명품은 그런 환상을 아주 잘 만들어줘요
하지만 물건이 바꿔주는 건 외형뿐이에요
자존감은 그대로 남아 있어요
그래서 만족은 짧고 갈증은 계속돼요
더 비싼 걸 더 많이 원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

명품을 좋아한다고 해서 모두 같은 이유는 아니에요
누군가는 진짜 취향일 수도 있고 누군가는 여유의 표현일 수도 있어요
하지만 어릴 적 가난이 너무 싫어서 사기 시작한 명품이라면
한번쯤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해요
이게 나를 기쁘게 하는지 아니면 나를 증명하게 만드는지
물건은 순간을 바꿔주지만 마음을 바꿔주지는 않아요
결국 가장 오래 남는 건 로고가 아니라
스스로를 인정해주는 경험이더라고요
가난을 이겨냈다는 사실은 이미 충분히 대단해요
굳이 물건으로 계속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아요